경주 문복산 캠핑장
아직 단풍이 형형색색 수놓은 가을인 척 하지만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람 때문에 제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지난 주말 내린 비로 이번주 내내 전국이 겨울날씨였는데 경주 문복산은 더욱 공기가 차갑다.
겨울의 문턱에서 또 한번 캠핑장을 찾았다. 파세코 난로 덕분에 추위가 1도 무섭지 않아졌다. 문복산 캠핑장은 네비에 문복산 가든을 찍고 오면 되는데 문복산 가든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내 앞차가 후진해서 오길래 차를 밑에 빼는줄 알았는데 길이 없어서였다..

저녁 메뉴는 부대찌개. 이번 캠핑에 토마호크 고기를 특별식으로 준비해 첫날에 먹으려고 했는데, 고기를 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다음날 메뉴와 바꾸었다. 저녁을 준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고프기 시작해 메뉴를 바꾸길 참 잘한 것 같았다.

요즘에 밀키트가 너무 잘나와 요리의 필요성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요리를 처음 시작할 때도 아마 밀키트라는게 있었을텐데 지금처럼 이렇게 크게 유행하지는 않았다. 1인 또는 2인 가구는 직접 요리를 해 먹을 때 남는 재료들이 많이 생기는데, 오히려 한번 뚝딱 해먹을 만큼의 재료들만 들어 있는 밀키트가 훨씬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 게다가 나는 절대 내지 못할 뛰어난 맛까지 보장되니 캠핑족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야식으로는 아보카도를 먹었다. 아보카도는 원래 마트에서 산 후 집에서 며칠간 두면 더 맛있어진다고 한다. 이번에 시간이 없어 마트에서 산 걸 바로 가지고 왔더니 식감이 조금 단단했다. 그래도 얇게 썰어 소금을 뿌려서 먹으니 맛있었다. 비싼 술집에 나오는 고급 안주 느낌이었다.

새벽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몇번을 깼다. 여태 캠핑했던 것 중에 최고로 세게 불었다. 안그래도 처음 난로를 켜고 자보는거라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바람까지 더해 중간에 계속 깼다. 밖에는 물건이 바람에 날려 나뒹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등따시고 배부르기까지 해 꿀잠을 기대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서 따신 스프와 토스트빵을 먹었다. 스프는 난로 위에서, 토스트는 버너에 살짝 익혀서 토스트를 스프에 찍어 먹었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아침에 따신 국물(스프도 국물이 있으니깐)을 먹으면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산 정상에 올라가 뜨끈한 라면을 먹는 느낌이랄까.


평화로운 주말 아침 갑자기 라디오가 듣고 싶어져 오랜만에 sbs고릴라 어플을 다운받았다. 마침 김창완 아저씨의 평화로운 이 아침이 흘러나와 노래를 들으면서 낮잠을 잤다. 어릴 때 참 이상했던게 평일에 학교 갈 때는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들었는데 주말에는 저절로 눈이 떠지는 거,, 너무 화나고 이상했었는데ㅋㅋㅋ 그때는 눈뜬 채로 계속 더 누워 있고 싶은데 엄마가 아침 먹으라고 보채니깐 결국 일어나서 밥 먹고 다시 누워자곤 했었지,,
점심 메뉴는 소고기 토마토 스튜. 기대한 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불을 끄면 금방 식어버리는데 이런 음식들은 식어 버리니깐 맛이 덜하다. 그래도 난이랑 같이 먹으니깐 마치 피자를 먹는 맛이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캠핑장을 쓱 한번 둘러보았다. 위로 올라오니 데크도 있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짐을 들고올라오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사가 가팔랐다. 그래도 구역마다 서로 떨어져있어 좋은 점도 있었다.(거의 대부분 4*8) 제일 뷰가 좋은 곳이 산꼭대기에 있는 데크-27번! 여긴 장박을 하는 것 같았다. 무시무시한 짐들과 난간에 걸어놓은 매트들이 엄청난 내공의 캠퍼임을 짐작케했다.
저녁 메뉴는 토마호크! 사실상 이번 캠핑의 하이라이트다. 토마호크는 소 부위가 아니고 도끼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두께가 어마무시하다. 태어나서 처음 본 두께다.. 이걸 일단 숯불에 초벌을 했다. 숯불로 겉을 바삭하게 굽기 위해서다. 고기 앞뒤로 올리브오일과 소금 그리고 시즈닝을 골고루 바른 후 30분간 간이 베이도록 했다.


그리고 양파와 새송이버섯 아스파라거스를 가니쉬로 준비했다. 이것들도 소금간해 같이 구웠는데 고기가 탈까봐 가니쉬들을 받침으로 써버렸다. 일차적으로 한번 초벌한 것들을 다시 구이바다에 촉촉하게 속까지 구우니 입에서 살살 녹았다. 소금간을 해서 따로 양념은 필요 없었도 와사비를 곁들이면 다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겠다. 아 그리고 소고기에는 역시 짜파구리 꼭 먹어야 됩니다.. K푸드가 된 소고기와 짜파구리 콜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