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 2015) 리뷰 해석

#1. 여주인공은 한효주 혼자지만 수많은 남자배우들과 다른 여배우들이 김우진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한다. 매일 얼굴과 성별, 나이, 신체 조건 등이 바뀐다는 설정이다. 한마디로 판타지 영화다. 숱한 판타지 영화와는 달리 영상미는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이다. 마지막 김주혁의 이별을 고하는 씬에서 내리는 눈이 차갑지 않고 포근하게 느껴진 이유도 아마 cf감독 출신의 영화 감독 영향때문일 것이다.
#2. 처음 홍이수(한효주 분)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나 마지막 다시 재회하는 장면까지 또는 중간에 굵직굵직한 사건들에서는 미남 배우들이 출연해 ‘뷰티 인사이드’가 아니고 ‘뷰티 아웃사이드’라는 핀잔을 듣게 되었다. 그래도 너무 박하게 굴지 마시길. 당신이 만약 김우진이었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외모도 경쟁력이다. 아름다움 중에서 외면적 아름다움도 한 부분이 될 수 있지 않은가. 김우진이 어떠한 외모를 가졌든 홍이수에 대한 마음은 똑같았다. 그건 홍이수도 김우진에게 마찬가지였고.

#3. 홍이수와 김우진이 이별을 하고 홍이수가 친언니에게 했던 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이때 친언니 역할을 했던 이미도의 생활 연기의 내공이 어마무시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도의 표정만 봐도 뒷모습의 홍이수가 얼마나 가슴 아파하고 있는지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같이 먹었던거, 같이 갔던 곳, 같이 갔던 식당 반찬까지 다 기억나는데,,, 그 사람 얼굴이 기억이 안나.
우리는 이걸 추억이라고 부른다. 사실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우리가 그 때 그곳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지? 그때 그사람의 옷차림이 뭐였지? 생각이 안 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그 추억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기억이 생생할수록 가슴이 더 아리고 아프다. 누군가와 함께한 추억을 이제 나 혼자 간직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제 그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면 추억을 나 혼자 간직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면서 가슴의 통증도 여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별의 먹먹함을 잘 표현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결국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사랑이란 결국 그 생생함과 희미함 사이에 걸쳐져 있는 애매모호한 외줄타기라는 것을.
#4. 매일 외모가 변하듯이 사람의 마음이 매일 변한다. 어떤 날은 그 사람 없이는 못살 것처럼 굴다가도, 또 어떤 날이면 그 사람이 꼴도 보기 싫을만큼 미워질 때도 있다. 물론 극단적인 말이지만 그만큼 매일매일 희노애락의 파동이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말이다. 어제의 나는 과연 오늘과 같을까? 잘 한번 생각해보시오. 변한건 당신일까 아니면 당신을 둘러싼 다른 모든 것들일까.

#5. 또 이 영화는 사랑에는 성별과 나이, 국적을 초월해서 존재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 중 성 소수자의 비율이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을 사회적 차별로부터 보호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의 결혼과 육아의 합법화에 대해서는 어떤가? 영화에서도 중요한 연애의 장면에서는 모두 남자 배우가 연기한 것을 보면 대충 답이 나온다. 그들을 차별할 생각은 없지만 차이가 있는 것은 맞기 때문에 그들의 다름에 대해 역차별 논란은 없었으면 좋겠다. 모든 변화와 혁명에는 속도가 있다. 준수해야 되는 속도를 넘어서버리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이런 영화들로 속도의 변화가 조금씩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