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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내가아는타짜중에최고였어요 2023. 12. 1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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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가고싶으신가요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데 이 단편 소설이 들어있는 작품 <바깥은 여름>이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다. 내가 이 소설을 읽고도 까먹었는지, 아니면 그 단편은 못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영화를 접하면서 기시감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박하선의 연기가 이렇게 훌륭한지 몰랐으며 그 때문에 상실의 아픔에 함께 빠져들 수 있었다.

영화는 원작 소설과는 달리 '지은'과 '지용'을 직접 등장시키고 제3의 인물 '해수'까지 새롭게 창조해내며 도경의 죽음을 명지의 개인적인 일로 국한시키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로 분산시킨다. 한 명의 슬픔은 결국 우리 모두의 슬픔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바르샤바의 민중봉기일과 광주라는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장소를 활용하여 이런 비극을 개인적인 일에서 사회로 확장시켜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사회적 비극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슬픔을 나누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중반부에 명지의 친구 현석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과거에 내가 만약 이러했더라면 지금 나는 달라져 있을까? 그 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는 지금 누구랑 어디에 서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우리는 결국 자책하고 만다. 이런 자책은 결국 남은 자들이 더욱 자기자신을 갉아먹게 된다. 일어난 일은 어차피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폴란드 감독이 죽음은 아름다운 비밀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죽음은 아무도 모른다. 죽어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디로 가고 싶냐는 시리의 물음에 우리는 대답할 수가 없다. 살아남은 자들은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든든한 한끼를 먹고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고 마음을 다 잡을 수 밖에 없다. 그 삶과 죽음의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살아내야 한다. 삶이 죽음에게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게 뛰어든 것일지도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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