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영웅(Hero, 2022)
#1. 뮤지컬계에서 한 획을 그엇던 작품인 동명 작품 <영웅>을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천만영화 전문 감독 윤제균 감독과 주연배우였던 정성화까지 데려오며 큰 기대감을 불러온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뮤지컬 영화라 기대반 걱정반으로 영화를 봤다. 상업적인 재미면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가지고 있는 감독인 만큼 중간중간 깨알같은 개그 포인트가 돋보였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구국의 영웅 '안중근'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다. 영화 <동주>만큼 우울하고 어두컴컴한 무드를 원했기 때문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울음보가 터질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은 가히 인상적이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 카타르시스가 증축되어 가는데,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총을 뺏기면서도 떳떳하게 코레아우레를 외치는 장면이라든가 전쟁 포로가 아닌 살인자의 죄목으로 일본 법정에 선 그가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들을 하나씩 열거하며 누가 죄인인가 되묻는 장면,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며 비통한 심정으로 써내려간 편지를 읽는 장면, '조마리아' 여사가 마지막으로 아들을 위해 수의를 만들며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3.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설희라는 캐릭터는 가상 인물이다. 설희는 명상황후의 총애를 받던 궁녀로 눈앞에서 명성황후가 죽는 걸 목격한 후 복수심을 안고 일본으로 간다. 그리고 단 몇 개월 만에 이토 히로부미의 정부가 된다. 조금 의아한 부분이긴하다. 게다가 설희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안중근 의사와 만남과 교감도 없다. 설희의 무전으로 작전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긴했지만 전체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서사와 설득력이 약한 것 같았다. 다만 설희를 연기한 김고은의 재발견은 의미가 있다. 지금 당장 뮤지컬을 시작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노래 실력을 뽐내며 극의 전개에 긴장감을 더한다.
#4. 70% 이상을 라이브 현장 녹음 방식으로 촬영하였는데 노래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서사가 부족해보인다. 안중근의 하얼빈 거사를 좀더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연출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먼저 영화에도 나오지만 우덕순(조재윤 분)과 안중근이 나눠서 각각의 역에서 기다렸다가 저격을 하기로 하는데, 만약 우덕순이 기다리고 있던 역에서 이토가 내렸다면 우덕순이 거사를 성공하고 지금의 안중근 위치에 자리했을지도 모르겠다.
#5. 현재 안중근 의사의 시신은 행방이 묘연하다. 일제가 안중근 사형 후에 유해들을 찾지 못하도록 흔적들을 다 지워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중국 뤼순감독의 공동묘지로 쓰였던 둥산포가 유력한 시신 유해 장소로 꼽히는데 유해를 찾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해보인다. 부디 한중 양국의 국가 차원에서 대화와 협력이 잘 이루어져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도해본다.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311180103993011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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