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영남알프스

영남 알프스 정복기 : 운문산

내가아는타짜중에최고였어요 2024. 1. 14. 19:21
반응형

지난번 천황산과 재약산 정복 이후 필 받은 김에 바로 새로운 산을 올랐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운문산은 운문사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 그래서 운문산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상양복지회관에 주차를 하면 되는데 행정구역상으로는 밀양이다.


** 주차 : 상양복지회관 공영주차장(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삼양길 58)
    조금더 올라가서 일반가정집에 주차할 수도 있으나 유료이다.
    과일상점에서 과일을 사는 조건으로 주차를 할 수도 있으니 조금 더 힘을 아끼려면 확인해보고 갈 것을 추천드린다.

공영주차장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약1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경사가 가파라서 종아리가 꽤 많이 땡긴다.
입구에 11시쯤 도착해서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 보면서 왠지 모를 부러움을 느꼈다. 나보다 더 부지런했기 때문에 지금 내려오는 것이긴 하지만, 등산이라는 목표를 두고 생각해보니 먼저 마치고 내려오든 지금 올라가든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내 페이스대로 달리는 게 중요하다구!!

주차장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올라오는 데 이미 종아리는 올라올 대로 올라와버렸다. 여기서 이제 아랫재까지 1.8km정도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압박감을 쫌 느낄 것이다. 또 올라가는 길에 걱정되었던 것이 눈에 녹아 질퍽해진 길이었다. 일단 올라가는 동안에도 진흙 때문에 신발과 옷이 더러워질 것이 뻔했다. 천황산 올라갈 때는 전혀 그런 길이 없었기 때문에 따로 대비를 하지 않았는데 당황스러웠다. 

여기가 아랫재다. 여기까지 한 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중간에 두세번 쉬긴 했지만 1분 내로 바로 출발했다. 물을 가져오지 않아 최대한 빨리 올라가고 싶었고 또 쫌 쉬다보면 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여기서 운문산 정상까지 1.5km인데 이제 몸이 쫌 풀렸기 때문에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한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얼어붙은 빙판길이 많았다. 올라가는 길에 미끄러져 넘어진 하산객들을 많이 봤다. 그래도 올라갈 때는 내 다리에 힘을 주면서 조절을 할 수 있는데 내려올 때는 그게 안되기 때문에 이 때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빨리 정상을 찍고 내려와야 마음이 놓을 거 같았는데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런지 더욱 정상이 멀어 보였다. 뭔가 이번에 올라갈 때 느낀게 목적지에 다왔다 싶다가도 계속 길이 있는 느낌이었다. 역시 모든 고통은 마음에서 비롯되는가보다...

운문산 정상이다. 해발 1,188m. 걸어서 4km 정도 거리로 중간에 쉬는 시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1시간 30분~ 2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고생한 마음을 한번에 녹여주는 것은 역시 뷰다. 물론 여기서 라면과 까지 김밥더했으면 최고였겠지만 내려가서 더 맛있는걸 먹기 위해 사진만 찍고 바로 내려갔다. 당연히 인증은 필수다. 운문산 정상에도 인증을 위한 비석이 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뭔가 인증을 하기 위해 등산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증을 위해 등산을 시작한 건 좋지만, 인증이 주가 되어서는 안되지. 뭣이 중헌디...

걱정했던 대로 내려오는 길이 미끄러워서 혼쭐이 났다. 나무를 잡고 내려오기도 하고 거의 앉다시피 내려왔다. 아이젠을 신은 사람들은 씽씽 내려가는데 혼자 낑낑대는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우스웠다. 그러다가 잠깐 딴 생각을 하는 사이 결국 엉덩방아 한번 찧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괜찮긴 했는데 옷과 손을 다 버렸다. 툴툴 털어버리려고 해도 진흙 때문에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이런 상처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툴툴 털어버릴 수 없다면 가지고 가야지. 그 상처들도 등산의 과정이니깐. 삶의 과정이니깐.
다음에는 어떤 산을 올라가볼까. 2월 안에 인증을 완료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겨울에 등산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겨울 산행의 묘미를 아는 자. 영남 알프스 인증을 한번 더 추천하는 바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