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응답하라1994 #성수대교 #김보라 #박지후 #김새벽 #세상에서제일작은새 #여러분 #유년시절

- 우리는 누구나 은희와 같은 유년시절을 보냈다. 가족들은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고, 뜻하지 않은 일로 친구와 싸우고 자존심 때문에 서로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한참을 남남처럼 지냈으며, 사랑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상대방을 대했고, 잠깐 내 곁에 왔다가 떠나간 사람들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다.
- 지금도 나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며 지낸다. 온전한 꽃을 피우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그 어떤 것도 정답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변하기 쉬운 것이며, 그리고 나 또한 그런 나약한 인간이 되기 쉬울 거라는걸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힘들고 괴로워했는가.
<영지선생님이 은희에게 보낸 편지>
은희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일이 함께 한다는거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거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학원을 그만둬서 미안해.
방학 끝나면 연락할게.
그때 만나면 모두 다 이야기해줄게."
- 나의 유년시절에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소중했다.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고 친구가 많은 핵인싸가 되고 싶었다. 한때 아버지가 기러기 생활을 했던 적이 있어서 한달에 한번씩 집에 내려오곤 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내려오시던 그 날이 하필 친구 생일이여서 아버지가 집에 오랜만에 돌아왔는데도, 친구들과 더 놀고 싶어 집에 들어가지를 않았다. 결국 부모님이 나를 데리러 친구집까지 왔었고, 나는 집에 가서 부모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했다.(그렇게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상황 자체도 싫었고 무엇보다도 친구들과 같이 놀지 못해 나만 추억을 같이 쌓지 못하는 것이 소름끼치게 싫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이지만 그 때 당시에는 나나 부모님이나 서로에게 큰 상처를 줬던 날이었다. 왜 그렇게 중요한 걸 알아보지 못하고 껍데기 뿐인 관계에 집착했을까?
‘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 相識滿天下 知心能幾人’
얼굴아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하지만
진정 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는가
명심보감 교우편
- 영지 선생님은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과 같은 존재다. 인생을 더 오래 산다고 해서 모두가 어른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어리고 미성숙한 존재를 보듬어주고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말투도 느릿느릿, 쉽게 훈계하려 들지 않는다. 처음 수업에 들어왔을 때 반말이 아닌 존댓말로 대한다든지, 두 친구가 싸운 후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 그냥 화해해 원래 싸우면서 크는거야,가 아닌 수줍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들은 강요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해주는 따뜻한 힘을 가지고 있다.
"선생님은 자기가 싫어진 적이 있으세요?"
"응 많아. 아주 많아."
"자기를 좋아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는 거 같아. 나는 내가 싫어질 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고해.
아! 이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 할거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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