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한국 영화 1선
만약 외국인들 또는 외계인들에게 우리 역대 한국영화 중에 딱 한 편만 소개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 영화를 선택할 것이다. 이 영화가 2016년 5월 개봉한 영화인데, 그 전까지는 아마 영화 <타짜>가 있었고, <클래식>이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보고는 쓰레기 영화라고 생각했었는데 매년 이 영화를 다시 볼 때마다 조금씩 '곡'며들어가 이제는 나의 영화가 되어버렸다. 감독의 미끼를 콱 물어버린 것이지.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면 감독 조차 이 영화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 영화가 주는 메세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을 빼더라도 영화 자체가 그냥 재미있다. 그리고 영화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 갈수록 그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2. 뭣이 중헌디
이 영화에서 가장 히트친 대사다. 이게 사람들에게 웃기게 패러디되어서 그렇지, 사실 이 대사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는 주인공 종구는 결국 처참하게 살해당했으며 현실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질문을 건넨다. 당신은 뭣이 중헌지 아는가? 우리의 삶 속에서 뭣이 중헌지 아는 사람은 참된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을 지혜가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헌사라고 보면 되겠다.

#3. 현혹
영화 곡성의 두려움은 미지의 존재도 아니고 인간의 사악한 본성도 아니다. 거대한 의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은 미끼에도 현혹되고 마는 인간의 나약함,혹은 의심이라는 악마에게서 결코 해방될 수 없는 인간의 운명 그 자체이다. 나홍진 감독은 인터뷰에서 "뉴스에서 말하는 사실이 팩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이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메세지가 아니였을까 싶다. 마지막 무명(천우희 분)이 종구(곽도원 분)에게 닭이 세번 울기 전까지 집에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관객들조차 마지막까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 또한 처음에는 일광(황정민)과 외지인(쿠니무라 준)의 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악마의 속삭임에 현혹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인생이란 삶이란 이보다 더욱더 복잡한 것인데...

#4. 미끼
결국 무명의 말이 맞았다. 그렇다면 종구는 무명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비극을 맞이한 것일까? 영화 어느 부분에서도 종구가 무명을 믿어야 할만한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무명은 그저 자신을 믿으라고만 한다. 불행의 원인이 신을 믿지 못한 한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일까? 사람은 단지 악마의 낚시에 우연히 걸린 미끼에 불과하다. 무명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면 종구의 가족들은 모두 살았을까? 영화 밀양에서도 보면 주인공이 왜 자신에게만 이런 견딜 수 없는 시련을 주냐며 하늘에 대고 소리 치는 장면이 있다. "그놈(악마)은 낚시를 했고 자네 딸은 미끼를 물어분 것이여." 이는 악의 무개연성을 드러낸다. 이른바 인간의 불행에는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미끼를 물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낚시를 했다."는 것이 이 대사에서 중요한 것이다.

#5. 에필로그
다시 돌아와서 뭣이 중한가? 세상에 대한 수많은 담론들이 있다. 각자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견해를 가지기 마련이다. 이는 공부를 통해 또는 주변인물에 영향을 받아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자의식이자 개념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믿고 있는 것들을 대개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믿음에 대해 우리는 늘 의심을 품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그러한 판단력이 흐려져 가끔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해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게 된다. 한번쯤은 자신이 미끼를 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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