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썬 #샬롯웰스 #폴메스칼 #프랭키코리오
#1. 아빠와 20여 년 전 갔던 튀르키예 여행. 둘만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를 꺼내자 그해 여름이 물결처럼 출렁이기 시작한다. (영화 줄거리 소개)

#2. 상상해보시오. 여름 휴가로 떠나 온 튀르키예의 풍경들. 얼마나 아름다운가. 호텔 수영장에서 다이빙하는 사람들, 테라스 의자에 걸어 놓은 수영복들, 아무 생각 없이 선베드에 누워 낮잠자는 여유로움, 저녁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듣는 어느 가수의 노래. 다른 걸 다 떠나서 영상미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3. 아빠 캘럼은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아픔이 있어 보이지만 딸 소피가 있는 곳에서는 결코 그 아픔을 꺼내 보이지 않는다. 11살 때 자신의 생일을 아무도 몰라줬으며 자신의 고향에 한번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이야기로 아빠의 상처를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태극권으로 그 아픔을 다스리려고 하지만 중간중간 알 수 없는 점멸은 그의 상처를 계속 쑤시는 듯 보인다.

#4. 영화는 극적인 갈등이나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다. 그저 딸과 아빠가 어느 여름에 함께 보냈던 휴가 장면이 다다. 그게 더 슬프고 아련하다. 아빠가 돈이 없어 먹튀를 하자고 해도 그저 즐거워하는 딸이다. 아빠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결국 함께 해주지 않은 아빠에 대한 섭섭함이 있어도 다음날 쿨하게 사과를 하며 서로 오해를 푼다. 아빠가 딸에게 얼마나 사랑을 듬뿍 줬는지 보여주지 않아도 알만하다.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은 구김살이 없기에.
아빠랑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게 좋아. 비록 같은 장소에 함께 있진 않더라도 같은 태양 아래 있으니까 같이 있는 거나 다름없잖아?
소피의 말 중에서
#5. 애프터썬이란 햇볕에 탄 피부에 바르는 크림을 말한다. 썬크림이 예방약이라면 애프터썬은 치료약이다. 어른이 된 소피는 아빠가 왜 그렇게 힘들어했고 얼마나 아파했을지 어렴풋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소피도 어른이 되면서 아빠처럼 똑같이 아프고 힘들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치유해준 건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캠코더였을 것이다.

#6.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가장 따뜻하게 담아낸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세상 전부이자 우주다. 어린 나에게 부모는 온통 수수께끼 천지다. 이해할 수 없던 부모님의 말과 행동들이 내가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서야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부모는 늘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해주고 싶어하지만 마음만큼 해주지 못한다. 그래도 사랑한다는 것만은 잊지 않기를, 아이의 모든 생각과 이야기들을 부모에게만은 숨기지 않고 다 이야기해주기를 원할 뿐이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먹으면서 커가지만 아직 그것을 느끼기엔 너무 어리다. 내가 그것을 느끼기 시작할 나이가 되었을 때는 이미 부모님과 나는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그러한 세월의 흐름으로 생긴 간극을 채울 수 있는 건 언제나 추억뿐이라는 것을.
이건 내 마음에만 남겨 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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