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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

관계의 회복과 맞바꾼 개인의 일상, 미드소마(Midsomma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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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

#1. 주인공 대니는 평소 조울증을 겪는 동생과 부모님을 불의의 사고로 잃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한꺼번에 잃은 주인공 대니는 상실의 아픔을 겪게 되는데 공동체 안에 속해 있는 우리가 만약 의지할 수 있는 대상들을 잃게 되었을 때 인간이 어떻게까지 변할 수 있게 되는가가 이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2. 가족들을 모두 잃게 되었을 때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이었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은 그녀의 상실감에 온전한 공감을 해주지 못한다. 사고가 있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상의도 없이 친구들과 스웨덴 여행을 계획했다는 사실에 대니는 실망하지만 유일한 안식처인 그의 곁을 떠날 수가 없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3. 가족의 사고 소식을 듣고 소리 내어 울부 짖는 대니 곁에 크리스티안은 같이 소리 내어 울어주지 않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크리스티안의 배신으로 마지막 남은 관계마저 절단된 후 그 절망감에 소리 내어 울부 짖을 때 호르가 사람들은 같이 울어 준다. MBTI 검사를 해보면 아마 크리스티안은 T 유형일 것이고, 호르가 사람들은 F일 것이다.

 

#4. 이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주인공 대니의 미소 장면일 것이다. 그녀는 결국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 공동체와 문화에 적응하여 살아갈 것이다. 사실 그녀가 크리스티안을 제물로 선택하고 의식을 치루면서 자신도 다른 친구들처럼 죽음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공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다가 그 미소를 보고 '아, 그녀는 결국 이러한 관계의 회복을 선택했구나.' 싶었다.

 

#5. 중간에 대니의 손에 잡초가 자라는 장면이나 춤을 추는 발이 점점 나무 뿌리 또는 줄기처럼 보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니의 심리가 불안정한 상태이며, 조금씩 이 자연의 공동체에 스며들어가는 걸 암시하는 복선이 아닐까 생각했다.

 

#6. 장르가 공포이지만, 공포 영화의 공식과 틀을 깨부수고 있다. 일단 깜짝 놀래키는 장면이 별로 없고 귀신도 나오지 않는다. 또, 무서운 분위기를 위한 밤이나 어두운 장면도 거의 없다. '미드소마'가 스웨덴의 하지(夏至) 축제를 말하는데 일년중에 낮이 가장 긴 때이다.

 

#7. 기괴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몇개 있다. 그냥 보고 넘길 만한 선정성이나 잔혹함이 아니다.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기에 이 영화를 보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겠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화를 가진 공동체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한 영화적 장치였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8. 요즘에도 사이비 종교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수수께끼로 가득한 삶의 문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은 신의 가르침(경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 수수께끼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내 삶의 안식처가 사라진다면 사람은 누구나 무너질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러한 일상의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소통을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함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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