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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세자매(Three Sister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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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1년 백상예술대상 여자조연상,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및 여우조연상 등 작년에 우리나라 굵직한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상들을 휩쓴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문소리 님은 왜 여우주연상이고 김선영 님은 왜 여우조연상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두 배우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더 놀라운 건 장윤주 님이 이 두 베테랑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어색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2. 사회비판 영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저항하지 못하고 짓눌려 살았던 여성들과 가족들의 트라우마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아직도 치유받지 못한 자들을 위로하며 쓰다듬어준다. 꿋꿋이 버티며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 때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주위에서는 '다들 그렇게 살아.'라는 말로 폭력과 상처를 정당화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끝까지 사과 한마디 없이 혼자 단죄하려던 아버지의 모습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다.

 

#3. 어렸을 때부터 사과하는 법을 제대로 배울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잘못을 하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려주고 사과를 할 것을 강요하거나 권유한다. 아이들은 곧잘 사과를 잘하는 편이다. 물론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일 수도 있고 어쩔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오히려 어른이 더 사과를 하는 것에 인색하고 사과를 할 때 조차 서툴러 보인다. 아이들에게 사과를 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가르치기 전에 나 스스로 먼저 사과를 잘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왜 어른들은 잘못을 해 놓고 사과를 안해?

영화 세자매 중 보미의 말

#4. 가족이란 무엇일까?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어린 세 자매들은 힘도 없고 돈도 없어 집 밖으로 탈출할 수 없기에 온갖 핍박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가족들과 함께였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버지만 빼고 모두가 죽어버려 천국에 가고 싶었다는 미연(문소리 분)의 말은 그들이 있었던 곳이 바로 지옥이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세자매는 결국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걸어가기로 약속한다. 고통은 힘든 과정을 거쳐 결국 치유될 것이며, 그 과정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바로 가족임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은 숭고한 느낌을 준다.

우린 앞으로 더 많이 찍을 거잖아.

영화 세자매 중 미옥의 말

#5. 클라이맥스에서 숨도 못 쉬고 몰입해서 봤다. 앞에서 이해할 수 없던 행동을 하던 주인공들이 왜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는지 말해주는 장면인데 모든 인물들의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해버리기에 감정이 쉴 곳이 없다. 영화 만추에서 애나(탕웨이 분)가 장례식장에서 왜 내 젓가락을 함부로 가져갔냐며 울부짖는 장면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연출이 인상깊었던 게 그렇게 화내고 싸우는 순간에도 주인공들 딱 그 성격 그대로 살려둔 게 좋았다. 미연(문소리 분)은 아버지께 사과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화내면서도 교회목사님께 점잖게 여기를 떠나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인다. 희숙(김선영 분)은 동생의 오줌이 묻지 않았다며 자기가 먼저 먹어보겠으니 얼른 와서 미연이 마련한 식사 자리를 끝마치자는 억척스러운 면모를 끝까지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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