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

#1. 소년법과 형사미성년자 제도를 주로 다루고 있다. 총10부작으로 하나의 사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드라마 <시그널>처럼 여러 사건들을 다루며 그 과정에서 소년범과 소년 범죄에 대한 주인공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의 신념의 변화를 그리고 있다. 인물들이 현재와 과거에 서로 특정한 사건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현재의 인물의 신념과 가치관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2. 실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년 범죄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1~2회에서는 인천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을, 5~6회에서는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7~8회에서는 대전 중학생 렌터카 절도 운행 추돌사고 및 강릉 여고생 무면허 운전 추돌사고를, 9~10회에서는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망 사건 및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다.
#3.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맹점은 소년범과 소년범죄를 어떻게 바라볼거냐 였다. 소년범을 협오하고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법의 무서움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심은석 판사(김혜수)의 입장과 자기 편을 들어주는 사람만 있다면 얼마든지 아이들은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차태주 판사(김무열)의 입장에서 줄다리기를 잘 보여준 것 같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사실 차태주 판사의 입장이 다소 답답해보일 수 있다. 요즘 뉴스에 나오는 것만 보더라도 물러터진 법과 관대한 판사의 판결문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해하고 있지 않은가. 윤리적으로 아이들이 바른 길로 교화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옳을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떠안아야될 피해자들의 고통과 유가족들의 공허함은 누가 채워줄 수 있는가 말이다.
범죄자니까. 그 나이에 감히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죠, 사람을 해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심은석 판사의 말 중에서
#4. 각 에피소드에서 벌어지는 소년범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가정에서 버림받거나 가정폭력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아이들을 낳는다고 부모의 역할이 끝난게 아니다.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것들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순간 아이들은 눈을 돌리게 된다. 푸름 청소년 회복센터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선동하여 가출한 최영나는 엄마를 찾아가지만 엄마는 그녀를 못본체하며 고개를 돌린다. 그런 아이들을 조건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펴주는 센터장 또한 정작 자신의 딸들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평생을 법복을 입고 소년법과 소년범죄의 교화를 위해 노력해온 강원중 부장판사(이성민 분) 또한 정작 자신의 아들에게는 다정하지 못했기에 그 화살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고야 말았다. 아이들은 직감적으로 안다. 부모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5.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백사장의 부하 오무성(이기영 분)이 선우(이병헌 분)를 찾아와 이렇게 요구한다. 가서 잘.못.했.음. 이 한마디만 하면 모든게 끝이라고. 그럼 아무 일 없다고. 하지만 자존심 강한 선우는 그.냥.가.라.라는 말로 그를 돌려보내게 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옥의 불구덩이에 빠지게 된다. 드라마 속 여러 에피소드들을 보며 이 한 마디가 너무나 듣고 싶었다. 피해자들의 부모,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나마 희석될 수 있도록 자신의 행동이 가져온 비극을 실감하며 건네는 조그마한 위로를.

#6. 나는 우리나라 법에서 심신미약, 초범, 반성하고 있는 점 이런 얼토당토 없는 말들을 혐오한다. 피의자의 인권이라는 이유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가려주는 이런 제도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심신이 미약했으면 그런 상태에 더이상 빠지지 않게 강력하게 처벌해야지. 초범이라면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따끔하게 벌을 줘야지. 반성하고 있다면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이니깐 죗값을 치뤄야지.
#7.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 연기력으로 손꼽아보자면 김혜수와 이정은을 꼽고 싶다. 그 2명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장면에서는 숨이 턱 막힌다. 둘은 나이도 동갑이라고 한다. 소년범 재판은 속도전이라는 가치관을 지닌 나근희 부장판사(이정은 분)는 5년 전 벽돌 투척 사건 재판에서 가해자 2명을 초범이라는 점,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이유로 단 3분만에 재판을 마무리한다. 그 가해자들은 결국 더 큰 괴물이 되었으며 법은 그들뿐만 아니라 선량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를 보호해주지 못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은 그녀는 결국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기며 재판을 마친다.
저에게는 법관으로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 법정은 감정이 없다'. 그래야지 어떤 편견도 없이 냉철한 처분을 낼 테니깐요. 그러나 너무 뒤늦게나마, 이 소년법정에서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습니다. 그런 의미로, 저 때문에 상처를 입었을 많은 분들에게 이 한마디를 대신하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
부장판사 나근희의 마지막 재판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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