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쓰앵님 김서형님의 신들린 연기가 돋보인 영화 비닐하우스 입니다.

첫 씬인 비닐하우스에서 혼자 자책하듯 자신의 뺨을 후려치는 주인공 문정의 모습에서부터 어딘가 모를 찝찝함이 느껴진다. 과연 이 여인에게 무슨 사연이 있을까?
그녀는 무슨 사연에서인지 모르지만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아들이 있다. 그 아들과 함께 살 제대로 된 집을 구하기 위해 현재 비닐하우스에서 살면서 노부부를 돌보는 간병인 일을 하고 있다. 치매 노인 '화옥'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날리며 침을 뱉는다. 그나마 시각 장애인 노인 '태강'은 그녀를 공손히 대해주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 문정에게 삶이란 어떤 것일까?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곤 자신의 아들과 함께 오순도순 살아갈 새로운 집뿐이다.
주인공 문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얼핏 그녀는 선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결국 의도치는 않았지만 살인을 저질렀고 자신의 아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자신의 살인을 숨기게 된다. 게다가 자신에게 한없이 호의를 베풀어주는 태강을 속이기까지 한다. 그래도 우리는 그런 그녀에게 함부로 손가락질 하지 못한다. 모든 것들이 그녀가 계획하거나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마치 신의 장난처럼 우연히 불어닥친 일들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붙이기만 한다. 잔인한 장면이 1도 없지만 끝까지 볼 수 있는 인내심이 많이 요구되는 영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 위기감이 절정에 치다르다 별다른 암시도 없이 끝이 난다. 활활 타오르는 비닐하우스를 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제 자신만 아는 비밀을 간직한 채 행복하게 살아갈 미래를 꿈꾸고 있었을까? 문정에게는 꼭 없어져야 했던 이 비닐하우스가 자신의 미래까지 함께 태우고 있음을 모르다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가난한 경제적 약자인 문정의 이야기와 함께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가 함께 교차된다. 시각장애, 치매라는 병과 장애, 노인이라는 사회적 약자가 있으며, 지적장애인 순남 또한 중요한 인물이다. 문정은 처음에 딱한 처지에 있는 순남에게 먼저 말도 건네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만 순남이 자신의 영역에 침범하려고 하자 선을 긋는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순이다.
사회적 약자인 노부부들은 쉽게 범죄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자신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남을 배신한다면 그 선택이 다시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비수에 꽂힐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약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한 것일 수도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때 비로소 진정한 공포가 덮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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