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뮤비

서슬 퍼런 역사의 기록, 서울의 봄 리뷰 해석

반응형

 
역사를 책으로 배운 사람들의 특징은 무슨 연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만 기억한다. 중학생 때 나름 나를 깨우치기 위해 노력하셨던 역사 선생님께서는 사건과 사건 간의 인과관계를 특히나 강조하셨다. 예를 들어 게르만 족의 이동으로 벌어지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의 인과관계라든지, 이 사건이 어떤 이유 때문에 중요한 기록으로 남아있는지 등을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역사를 배우는 데 있어서 내면화가 이루어지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70년대 유신체제의 끝물에서 부마항쟁, 10 26 사태, 12 12 군사반란, 5 18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을 글로 깨우친다는 것은 사실 너무나 마음이 아픈 일이다. 허나 학교 교육이나 수능시험에서 요구하는 것은 결국 기억력과 사고력이다. 물론 그러한 역사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은 맞다. 이순신 장군의 사면초가의 비통한 심정과 구국의 신념을 지켜낸 그 거룩한 지조를 영화 <명량>을 통해 느꼈었듯이, 이번 <서울의 봄> 영화를 통해 머릿 속에 남아 있던 사건의 기록들이 내 가슴에 한장면 한장면 뜨겁게 새겨졌다.
 
현재 12월 11일 기준으로 2023년 한국영화 천만관객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 아수라를 만드신 김성수 감독의 끝모를 질주를 앞세운 연출과 한국에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의 열연이 합쳐져 만든 시너지가 아닐까 싶다. 특히 전두광 역할을 맡은 황정민 배우는 사실 캐스팅에 앞서서 고민이 많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런 영화 외적인 요소들을 배제시키고 오로지 배역에만 몰두하여 완벽히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완벽한 빙의였고 평소 억양이나 말투가 과하다는(아마 사탄들렸지?나 드루와! 같은 배역에서 풍겨져 나오는 익숙한 레퍼토리 때문이겠지?) 세간의 걱정을 깔끔히 씻어내는 연기였다.
 
사실 이런 역사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는 아무리 각색한다고는 하지만 관객들이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반전이나 범인 같은 미스터리 요소를 넣을 수가 없다. 그러나 전두광의 부하들이 쿠데타의 가장 큰 걸림돌인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는 과정이나 이에 대한 반격으로 헌병들이 전두광을 체포 시도하는 과정들을 매우 긴박하면서도 긴장감있게 보여준다. 전두광을 포함한 하나회의 세력들과 수경사령관과 헌병감을 비롯한 대한민국 군인 세력들의 엎치락뒤치락 하는 정치 싸움을 통해 우리는 힘과 권력에 대해 깊게 고찰해보게 된다. 정보를 틀어쥐고 있다는 것이 그만큼 무서운 것임을 깨닫게 된다. 영화에서 하나회의 세력들에 포섭당해 대한민국의 권력을 군인들에게 넘겨준 다른 장군들을 보며 비겁하다고 욕할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어떠한 정보도 없었을 것이지 않았겠나. 그날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 알고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되었겠나. 이제 시간이 지나 역사를 공부하고 보니 우리도 알고 있는 것이지. 그래도 국방부장관은 진짜... 
 
며칠 전 한 초등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추진했다가 민원 제기를 우려해 취소했다는 뉴스를 봤다. 그 학교에서는 사전 답사 및 영화 관람 후 사후교육까지 계획하였으며, 사회과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민주시민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목적으로 영화교육을 계획하였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견해는, 나 또한 초등학생들 단체로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보는 것까지야 부모의 교육과 지도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뻔히 정치적인 색깔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는 영화를 단체로 볼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단체로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정치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것 또한 나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지 그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 또한 좀 오버스러운 모습같다. 도대체 이 나라에는 언제쯤 따뜻한 서울의 봄이 오게 될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