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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

나의 인생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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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리들의 블루스를 정주행했다. 매일 조금씩 보려고 에피소드마다 끊어야하는 것이 괴로울 만큼 내게 너무 재밌고 감동적인 드라마로 남았다. 이병헌은 역시 이병헌이었고, 김혜자와 고두심 선생님을 중심으로 베테랑 배우들인 차승원, 이정은, 엄정화, 신민아, 한지민, 김우빈 등의 서로 안정적인 호흡이 빛났으며, 여기에 다른 주연들 특히 방영주의 아빠 호식 역의 최영준, 정현의 아빠 인권 역의 박지환의 눈물 나는 부정 연기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

 

각 에피소드 별로 2~3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회 마다 에필로그로 다음 에피소드에서 나올 인물들의 이야기를 미리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기대하게끔 만드는 것이 독특했다. 앞서 얘기했지만 고등학생인 호식의 딸과 인권의 아들이 사고를 쳐 임신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기 위해 아빠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가 제일 기억에 남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 전까지 서로 치고 박고 싸우기만 하던 두 아빠들이 살아온 과정과 겹쳐지면서 그렇게 아둥바둥 자식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던 삶이 서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최영준 배우는 딕션이 착착 귀에 감긴다. 박지환 배우는 범죄도시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 세 보이지만 이런 코미디 역할이 제격이다.

최한수(차승원 분)과 정은희(이정은 분)의 에피소드에서는 한수가 오랜만에 찾은 고향 제주도에서 옛 기억들을 떠올리며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한수의 행동에 공감이 가는 건 아마 나도 똑같은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겠지. 시간에 쫓겨 조금씩 희미해진 낭만과 치기를 다시 되찾고 싶은 마음을. 옆에서 해맑게 웃어주는 어릴 적 한수를 통해 그래도 나 잘 살고 있는 거겠지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박정준(김우빈 분)과 이영옥(한지민 분)의 사랑이야기는 너무 달달해서 부러울 정도였다. 한지민은 진짜 천사가 분명하다. 히피펌 헤어스타일? 이게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정준의 묵직하고 진중한 직진 사랑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고 영옥의 마지막 버스 안에서의 눈물 장면에서는 나도 펑펑 울었다. 항상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언니의 모습을 외면한 채 혼자 고독을 즐기려고 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이 그림들은 실제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배우이자 화가인 정은혜 씨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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