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충격적인 사건
영화는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으로 미국 전역에 충격을 준 '메리 케이 르투어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과거를 재현하는 꼴사나운 장면은 없다. 서사는 그레이시와 조의 진술 또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만 떠올릴 수 있다. 과연 유혹은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나. 그레이시와 조가 유지하는 사랑은 대체 무엇 이었을까. 왜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에게 이토록 집착할까.
#2. 복합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 엘리자베스
그런 그들을 여배우 엘리자베스가 찾아온다. 그레이시 역을 맡게 된 엘리자베스가 메소드 연기를 위해 직접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것이다. 그녀는 연기를 위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그리고 우리는 그레이시를 이해하는 데 도달했는가. 영화 중간중간 보이는 그레이시의 딸에 대한 억압적인 모습에서, 또는 전남편의 증언에서, 또 아들 조지(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에게서 자신의 어머니가 어릴 적 오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통해서 그레이시는(또는 우리는) 마침내 진실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그레이시를 어릴 적 트라우마로 비이상적인 사랑을 하게 된 인물이라는 틀에 가두었을 것이다.

#3. 자신의 허물을 생각보다 빨리 벗어버린, 조
조는 엘리자베스와 함께 지내면서, 또는 그의 자녀들이 졸업 후 집을 떠나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화 초반부나 중간중간에 애벌레의 탈피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마치 조의 모습처럼 어딘가 모르게 답답하고 틀에 박힌 느낌이다. 마지막에 조가 성체가 된 나비를 자신의 손으로 떠나 보낸 장면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을 덮고 있던 허물들을 깨부수는 상징적인 장면 같았다. 조 같은 사람을 두고 우리는 어른아이라고 부르는데 찰떡같은 이름 같다.

#4. 도덕에 상대성을 부여해서는 안되는 이유
"조지의 말을 믿었나요? 불안정한 사람은 위험하죠. 나는 아주 단단해요."
이 그레이시의 대사로 이제야 다 알았다고 생각한 엘리자베스와 관객들은 모두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그레이시의 말도 온전히 다 믿을 수는 없다. 그녀 또한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던진 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격을 맞은 엘리자베스는 혼란에 빠지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한 채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극중극 형태의 마지막 씬에서 엘리자베스는 결국 그녀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로 인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한 연인의 사랑을 감히 세상이 평가할 수 있을까?" 또는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로 느껴지니 이 또한 충격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었다. 팩트는 그레이시와 조가 서로 사랑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하더라도 다 큰 어른이 제 아들 또래의 소년을 사랑하고 욕정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이제 가족들도, 마을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지내지만 엘리자베스같은 사람이 나타난다거나 나중에 그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조와 그레이시의 관계는 예전처럼 잔잔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믿고 있었지만 그냥 현실을 눈감고 직시하지 못했던 것일 뿐이었기에.
'뮤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천히 스며드는 사랑, 온몸으로 퍼지다, 원스(Once, 2007) (76) | 2024.04.26 |
---|---|
마녀사냥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더 헌트(The Hunt, 2013)> (57) | 2024.04.21 |
기억해야 할 그 이름, 다음 소희(Next Sohee, 2023) 리뷰 해석 (89) | 2024.02.25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Right Now, Wrong Then, 2015) 리뷰 해석 (141) | 2024.02.12 |
경계하여 지켜야하는, 파수꾼(Bleak Night, 2011) (영화 파수꾼 리뷰 해석) (97) | 2024.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