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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청송 주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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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주왕산국립공원 #청송 #등산

2024년 새해 목표로 일주일에 꼭 한번은 등산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캠핑도 그렇고 최근에는 등산도 겨울에 해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홉시에는 꼭 출발해야지 하고 잠이 들었는데 눈 떠보니 여덟시반...

얼른 씻고 등산복 갈아입고 등산가방 챙겨 그 안에 생수, 이온음료, 과일쥬스, 귤 3개, 홍삼스틱 1개, 몽쉘 2개, 카누 커피 끓여 보온병에 담고, 전자레인지에 호떡 3개 데우고 집을 나서니 딱 8:59!

경산에서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까지 네비를 찍으니 시간은 쪼금 더 걸리지만 거리도 짧고 톨비도 없는 국도길이 조금 더 나아 보였다. 영천댐과 포항 죽장면을 지나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하는 길이다. 예전에 대학교 때 실습을 갔던 죽장초등학교를 지나다니 너무 신기했다. 결국 돌고돌아 내인생에서 언제 다시 마주칠지 모르는 일이다.

주왕산 국립공원에 도착하면 보통 상의주차장에 차를 대고 대전사 입구까지 700m 정도 걸어가야 된다. 주차비도 5,000원이나 한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성인 기준 4,500원인데 주차비가 5,000원은 조금 너무한거 아닌가 싶다.. 출발 전 검색해보니 대전사에서 출발하면 조금 더 가까운 거리를 올라갈 수 있다고 해 무작정 차를 끌고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차를 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차를 끌고 다시 나오는데 길가에 있는 식당의 할머니께서 손짓으로 자기네 식당 주차장에 차를 대라는 것이다. 창문을 열고 여기 대도 되냐고 여쭙으니 내려올 때 식사나 한끼혀~~ 하시더라. ㅋㅋ 나는 어차피 여기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어서 흔쾌히 차를 댔다.

주왕산명일식당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면 공원길 212

** 점심식사를 하산 후에 하실 분들이라면 여기에 차를 대시고 다녀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산채정식, 칼국수, 파전, 손두부 등 다양한 메뉴들이 있습니다. 맛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참고바랍니다^^

매표소에서 국립공원 입장 티켓을 끊고 들어갔다. 성인 4,5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간혹 오시는 분들 중에 자기는 등산만 한다고 표를 안 끊고 들어갈 수 없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으신가보다. 안내표지판도 만들어져 있었다.

들어가면 바로 대전사가 보이는데 대웅전 뒤로 어마무시한 산봉우리가 떡하니 서있다. 여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찍고 들어가면 좋을 듯 보였다. 절 특유의 향냄새를 맡으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조금더 들어가면 이제 등산로 입구다. 오른쪽으로 가면 주봉으로 바로 올라가는 2km 급경사 코스이고 왼쪽으로 가면 용추협곡 쪽으로 가는 완만한 트래킹코스이다. 그런데 이 두개의 코스는 서로 연결된다. 가볍게 산책이나 트래킹을 하고 싶다면 용추폭포까지 보고 되돌아오는 걸 추천드린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나는 등산이 목적이였기 때문에 주봉으로 올라가는 길을 갔는데 실제로 주봉까지 올라가는 동안 딱 한팀의 일행만 마주쳤다.

 

주봉으로 올가가는 2km 급경사 길은 산행초보자인 내게 조금 힘든 구간이였다. 길은 엄청 잘 닦여져 있고 계단도 잘 만들어져 있어 좋긴 하지만 경사가 워낙 가파르고 계단도 너무 많아서... 사실 2km 거리 약간 무시하고 갔다가 2/3지점에서 어? 이거 쪼금 빡센데...?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렇다고 하 너무 힘들어서 못가겠다 요 정도까지는 아니고... 진짜 무슨 우리네 인생처럼 목적지에 거의 도착하기 직전에 진눈깨비 몰아치고 바람이 엄청 세게 불었었다. 이제 포기 하시지? 하면서 나를 굴복시킬 것처럼 말이다. 그 마지막 시련을 극복하고 올라가니 갑분주봉...ㅎㅎ 도착해서 2명의 산행객을 더 만났다. 주봉은 근데 사방이 나무로 다 둘러싸여 있어서 경치를 볼 수는 없다.

가져온 간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하다가 주봉에 있는 안내판을 보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올라오면서도 계속 갈등했었다. 올라왔던 길 그대로 내려갈건지 아니면 빙 돌아서 내려갈건지. 빙 돌아서 가게 되면 4km나 더 걸어야되고 2시간이나 더 걸리므로 체력이 문제였다. 그래도 경산에서 여기까지 멀리 왔는데 그냥 내려가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그런데 그 안내판을 보니 빙 돌아서 내려가게 되면 그나마 경사가 완만했다. 거리가 쫌 더 걸릴 뿐이지 난이도가 훨씬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상까지 와서 조금 쉬다보니 체력이 금방 복구되는 것 같았다.

주봉에서 칼등고개갈림길까지 600m(여기는 그래도 길이 잘 안 닦여져 있어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된다), 다음 칼등고개를 지나 후리메기삼거리까지 1.9km. 여기까지 도착하면 이제 산행은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 냇가는 이미 꽁꽁얼어 하얀 우유빛깔을 띄고 있으며 떨어진 낙엽들이 아직 발밑에서 나뒹굴고 있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나처럼 빨리 걷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주봉에서 만났던 혼자 오신 분도 나보다 꽤 먼저 출발했었는데 결국 후리메기입구 쯤에서 따라잡았다. 아참 후리메기삼거리에서 후리메기입구까지는 1.1km이다. 후리메기입구에서 용연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샛길로 400m(왕복 800m)를 더 가야된다. 나는 배가 고파서 따로 용연폭포를 보러 가지는 않았다.

 
 
 

그렇게 또 1km정도 더 걸어내려오면 이제 용추협곡을 만나게 된다. 갑자기 신선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어마무시하게 큰 바위들에 둘러싸이게 된다. 이제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사람들의 입을 저절로 쩍 벌어지게 만드는 이 곳은 수직절리를 따라 침식작용이 일어나 첩첩산중의 이런 지질명소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하늘을 찌를듯이 솟은 절벽 위 청학과 백학 한 쌍이 둥지를 짓고 살았다하여 불린 학소대, 그 생김새가 떡을 찌는 시루와 같다 하여 붙여진 시루봉 등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경관들이 많다. 이런 자연경관들을 사진 찍고 내려오다보면 어느새 처음 등산을 시작했던 입구로 다시 나오게 된다. 용추협곡에서 탐방로 입구까지는 1.7km정도 된다.

 

 

나는 중요한 일(또는 힘든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있을 때 아마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는 유형의 사람 같다. 먼저 중요한 일을 끝내고 나머지 일을 쉬엄쉬엄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내게 다시 이 주왕산을 등산해야하는 일이 있더라도 나는 그 때도 어김없이 주봉을 먼저 올라가 볼 것이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곳을 먼저 올라가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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